전체 글37 [쿠팡플레이] 여기서 볼만한 게 뭐가 있을까?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즐기게 된 요즘, 다들 웬만한 OTT 서비스 계정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계정이 있다 보니 심심함을 느낄 틈이 없다. 막상 볼 게 없다고 불평하는 이도 있지만 조금만 뒤져보면 볼만한 것들이 넘쳐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내가 가장 경계하는 건 내 취향을 딱 저격하는 시리즈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가끔 밤을 꼬박 새워 끝까지 정주행하기도 하는데 다음날 신체리듬이 아주 엉망이 된다. 그냥 적당히 재미있는 정도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어쨌든 이 두 계정만으로도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내가 굳이 쿠팡플레이까지 보게 된 이유는 오로지 쿠팡플레이에서 독점 중계를 한 때문이다. 보통 스포츠 케이블.. 2022. 11. 5. [넷플릭스] 매니페스트(Manifest) – 팬들의 힘으로 살린 드라마 미국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답게 시리즈물 제작에도 철저히 자본주의 원리를 따른다. 인기가 없으면 스토리가 한창 진행 중일지라도 가차없이 다음 시즌 제작을 취소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도 결말을 내지 않고 제작을 중단한 시리즈물이 상당히 많다. 내 딴에는 내용이 꽤 재미있어서 다음 시즌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제작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오면 허탈해진다.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제작이 여의치 못해서 그런지 이런 식으로 중간에 취소된 시리즈물이 더 많아진 듯한 느낌이다. NBC에서 방영한 역시 3개 시즌이 끝나고 시리즈가 취소되었다. 취소 이유는 역시 미적지근한 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다. 첫 파일럿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 2022. 11. 4. [기억의 오류] 기억은 정확하지 않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재구축된다. 나는 기억력에 자신이 많은 편이다.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 등을 잘 외우는 학습 기억력이라면 인생살이에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기억력은 아니고 과거에 있었던 어떤 상황에 관련한 기억이다. 생활 속에서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면서 경험한 오감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와 만나서 예전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그들의 기억 오류를 많이 수정해주곤 한다. 한번은 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상대와 의견이 엇갈렸던 적이 있다. 여기서 코리다(corrida)는 투우(鬪牛)라는 뜻이다. 투우 경기처럼 격하고 위험한 사랑이라는 뜻일까? 포스터 하단 중앙에 큰 뿔을 가진 황소 실루엣이 보인다. 1980년에 의 일본어판 제목 발음을 그대로 차용한 ‘아이노 코리다(Ai No Corri.. 2021. 1. 31. [죽음의 향훈(香薰)] 눈 내리는 날의 상념 한국 순정만화의 불후의 명작, 신일숙 작가의 을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우리의 주인공인 운명과 싸우는 전사 - 넷째 딸 샤르휘나는 어느 날 셋째 언니 아스파샤의 운명의 상대라고 확신했던 남자 페리클레스의 주검을 발견한다. 운명의 상대가 죽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샤르휘나는 미래의 형부인 페리클레스를 살려내기로 마음먹는다. 이미 죽은 자를 다시 살리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명부[冥府]에 직접 가서 죽음의 신에게 죽은 자의 영혼을 돌려받아야 한다. 하지만 죽음의 신이 순순히 영혼을 내어줄 리 만무하다. 샤르휘나는 전쟁과 파멸의 신 에일레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함께 명부에 가서 죽음의 신과 일전을 벌인다. 죽음의 신과 싸우던 중에 기묘한 안개가 덮쳐온다. 에일레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샤르휘나를 .. 2020. 12. 18. [넷플릭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9(American Horror Story: 1984) – “80년대는 절대 죽지 않는다(The ‘80s will never die)”, 1980년대에 보내는 트리뷰트(Tribute) 넷플릭스에 드디어 가 올라왔다. 시리즈물이 무려 9시즌이나 연달아 제작되었다는 건 믿고 볼 만한 작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역시 이번 시즌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쉬지 않고 밤을 새워 단번에 정주행했다. 9화로 짧게 끝나서 다행이다. [1984] 요즘은 세계적으로 복고가 유행이다. 특히 1980년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80년대를 향한 관심은 패션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몸에 딱 맞게 디자인되었던 재킷과 셔츠는 80년대풍의 오버사이즈로 헐렁해졌고, 부모 세대가 입었던 80년대의 촌스러운 배바지는 트렌디한 하이웨이스트(high waist) 스타일로 복귀했다. 의 부제목은 ‘1984’다. 그런데 왜 하필 ‘1984’일까? 곧 개봉할 영화 의 제목에도 아예 ‘1984’가 들어가 .. 2020. 12. 7. [절대 진리를 마주한 순간] 내 생에 가장 완벽한 황홀경에 빠진, 그리고 가장 허무했던 순간 어느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였다. 아직 주 5일 근무제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이었으니 꽤 오래전 일이다. 나는 일찍 퇴근하고 귀가해서 방에 틀어박혀 빈둥거리고 있었다. 기온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쾌적했고 점심때 먹은 음식물이 소화되면서 달콤한 졸음이 밀려왔다. 졸음이 사르르 밀려오는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참 좋다. 그때는 침대를 쓰지 않았다. 나는 몸이 이끄는 대로 방바닥에 누웠다. 바닥이 약간 서늘한 듯도 했지만 내 체온으로 금방 데워져서 굳이 이불을 깔지 않아도 괜찮았다. 저절로 눈이 감겨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 순간은 정말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모든 일은 한꺼번에, 동시에, 찰나에 일어났다. 우주가 탄생하던 빅뱅의 순간이 이런 것일까? 내 의식이 순백의 따뜻한 빛의 터널로 들어가는.. 2020. 11. 25.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