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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TV Series

[넷플릭스] 매니페스트(Manifest) – 팬들의 힘으로 살린 드라마

by 나무전차 2022. 11. 4.

미국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답게 시리즈물 제작에도 철저히 자본주의 원리를 따른다. 인기가 없으면 스토리가 한창 진행 중일지라도 가차없이 다음 시즌 제작을 취소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도 결말을 내지 않고 제작을 중단한 시리즈물이 상당히 많다. 내 딴에는 내용이 꽤 재미있어서 다음 시즌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제작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오면 허탈해진다.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제작이 여의치 못해서 그런지 이런 식으로 중간에 취소된 시리즈물이 더 많아진 듯한 느낌이다.

NBC에서 방영한 <매니페스트(Manifest)> 역시 3개 시즌이 끝나고 시리즈가 취소되었다. 취소 이유는 역시 미적지근한 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다. 첫 파일럿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이 시리즈를 스트리밍하면서 기사회생한다.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다음 시즌 제작이 성사된 것이다.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너무나 궁금한 시청자들에게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열혈 팬들의 적극적인 요구도 제작 중단을 철회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원래는 6시즌으로 기획한 작품이었지만 이런 우여곡절 끝에 4시즌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대신 파트1과 파트2로 나누어서 각 10개씩 20개의 에피소드로 제작한다. 시즌 4의 파트1은 2022년 11월 5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스포일러] 다음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인 <매니페스트(Manifest)>는 ‘(유령 등이) 나타나다’, ‘승객명단’이라는 뜻이 있다. 작품의 기본 줄거리를 보면 제목을 중의적으로 잘 지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자메이카에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가 5년 반 동안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난다. 하지만 비행기에 탄 승객과 승무원 191명은 5년의 시간이 지났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가족이 비행기 실종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가족들에게는 그들이 5년 전 모습 그대로 돌아왔으니 유령이 나타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주인공은 이 비행기에 탄 사람들의 명단을 거의 다 외우다시피 하면서 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매니페스트(Manifest)>는 사라진 비행기도 그렇고 전반적인 설정이나 초자연적인 내용과 분위기가 예전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미드 <로스트(Lost)>를 떠올리게 한다.

무척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 결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떡밥을 있는 대로 잔뜩 투척하고 제대로 회수하지 않았다는 찜찜한 느낌만 남아있다. 디즈니플러스에 전 시즌이 올라와 있지만 다시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호주 드라마 <착오(Glitch)>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여기서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는 설정이다. 이 작품 역시도 초반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잔뜩 고조시키다가 풀어놓은 떡밥을 깔끔하게 회수하지 못하고 시즌 3으로 끝낸다. 뭔가 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종류의 작품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과학적인 검증 방법을 통해 실제로 존재할 듯한 현실감을 느끼게 하면서 극 초반에 흥미를 유발하는데, 문제는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초반에 잔뜩 고조시킨 흥미가 크면 클수록 결말에서 실망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매니페스트(Manifest)> 역시 다른 비슷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초반에 극적 긴장감과 흥미를 있는 대로 고조시키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살짝 지지부진해지는 경향이 있다. 과연 시즌 4에서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궁금하다. 극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만한 결말은 아마도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충분히 재미있었으니 결말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