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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넷플릭스]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 -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by 나무전차 2020. 10. 12.

영화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짐 파슨스(Jim Parsons)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가 출연한 보이즈 인 더 밴드(The Boys in the Band)’, 할리우드(Hollywood)를 재미있게 보고 난 후에 그의 다른 출연작이 또 보고 싶어져서 넷플릭스에서 찾아보게 된 영화다. 아무래도 나는 요즘 짐 파슨스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처음 넷플릭스에서 검색할 때만 해도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는 짐 파슨스의 단독 스틸 컷으로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그가 주연급으로 출연한 영화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영화에서 짐 파슨스는 아주 짧은 시간 등장한다. 주연배우는 잭 에프론(Zac Efron)이다. 그런데도 넷플릭스에서 짐 파슨스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건 그만큼 그의 인지도가 높다는 의미인 듯하다. 살짝 낚인 듯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짐 파슨스의 팬으로서 그다지 싫지만은 않다. 지금은 잭 에프론이 윙크하는 스틸 컷으로 바뀌어 있다. 넷플릭스의 썸네일은 자주 바뀌는 것 같다.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다. 그런데 한국어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의 전 여자친구인 엘리자베스 켄달(Elizabeth Kendall)이 쓴 책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므로 저자의 시점에서 본 적절한 작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예전에 흥행한 한국 영화 <악마를 보았다, 2010>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원 제목인 ‘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은 영화 제목치고는 좀 길고 복잡해 보이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왜 이런 제목이 나왔는지 알게 된다.

 

잔인한 실화를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지만 한국 영화 <악마를 보았다>처럼 자극적인 슬래셔 무비 장르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스포일러] 다음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출연 배우]

 

짐 파슨스(Jim Parsons, 1973년생) – 래리 심슨 검사 역

짐 파슨스는 플로리다(Florida) 지방 검사 래리 심슨(Larry Simpson) 역할을 맡아서 잠깐 출연했다. 검사 역할이고 법정 신밖에 없기 때문에 웃음기를 싹 뺀 진중한 모습만 보인다. 짐 파슨스의 장기인 극적으로 감정을 터트리거나 코믹한 연기는 볼 수 없어서 그의 팬이라면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들 수 있겠다.

 

 

 

 

 

잭 에프론(Zac Efron, 1987년생) – 테드 번디 역

잭 에프론은 희대의 연쇄 살인마 테드 번디(Ted Bundy) 역할을 맡아 열연한다. 분장 탓이겠지만 나이도 들어 보이고 기존의 하이틴 스타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MTV 영화제에서 2년 연속으로 최고의 웃통 벗은 연기상(Best Shirtless Performance)’ 수상자답게 근육질의 몸매는 여전하다. 벌크업이 되어서 더 건장해졌다. 그의 탄탄한 엉덩이 근육을 감상할 수 있다.

 

 

 

 

 

릴리 콜린스(Lily Collins, 1989년생) – 엘리자베스 켄달 역

대부분 리즈(Liz)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는 테드 번디의 여자친구다. 테드와 결혼까지 염두에 둔 깊은 사이였지만 그가 살인 용의자로 구속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1981년에 테드 번디와의 사연을 담은 책 <The Phantom Prince: My Life with Ted Bundy>를 출판하는데, 영화는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따라서 대부분 엘리자베스의 시점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고 영화의 시작도 엘리자베스와 테디가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부터다.

 

낯이 익은 듯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봉준호 감독의 <옥자, 2017>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특이사항으로는 아버지가 80년대의 유명 팝 스타 필 콜린스(Phil Collins).

 

 

 

 

할리 조엘 오스먼트(Haley Joel Osment, 1988년생) – 제리 톰슨 역

낯익은 얼굴이 보여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내가 아는 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였다. 식스 센스(The Sixth Sense, 1999)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귀여운 소년이었다가 언젠가부터 역변의 아이콘으로 워낙 유명해진 터라 의외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살이 많이 찌고 덥수룩한 수염까지 기른 탓에 실제 나이(32)보다 더 많아 보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어릴 때의 귀여운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아마 본인 스스로는 아역 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 일부러 더 나이 들어 보이게 연출하는 건 아닌가 싶다.

 

테드 번디의 여자친구 엘리자베스 켄달의 직장 동료인 제리 톰슨(Jerry Thompson) 역할을 맡았다. 출연 장면이 많지는 않다.

 

 

 

 

 

존 말코비치(John Malkovich, 1953년생) – 에드워드 코워트 판사 역

배우 존 말코비치는 짧은 출연이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테드 번디의 재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린 판사 역할이다. 그가 낭독하는 판결문 중에 포함된 ‘Extremely Wicked, Shockingly Evil and Vile 극도로 교활하고 충격적으로 잔인하며 비도덕적이고라는 문구는 영화의 제목이 되었다.

 

검색해보니 꽤 알려진 배우인 듯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본 시트콤 스페이스 포스(Space Force)’에서 우주군의 과학팀장 에이드리언 박사(Dr. Adrian) 역할로 처음 인지한 배우다. 말투가 굉장히 특이해서 일부러 코믹한 발성을 내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말투가 그대로다.

 

 

 

 

 

 

[뒷이야기]

 

테드 번디는 연쇄살인 용의자로 체포되고 재판을 받지만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다. 살인 동기도 모호하고 그가 과연 몇 건의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법학도라는 자신감이 있어서 변호사를 해고하고 스스로 변호를 맡기도 하지만 자신감에 비해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범행 수법도 허술하고 뒤처리도 깔끔하지 못해서 증거가 많이 나왔다. 아마 요즘 시대였다면 결코 연쇄살인범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과도한 나르시시즘이 있는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겠다.

 

1979년에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결국 1989년에 전기의자에 앉게 된다. 전기의자는 고통이 무척 심한 사형 방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1989년까지 이 방법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긴 프랑스의 단두대도 1977년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테드 번디의 잔인함과 흉포함이 너무 지나쳐서 그의 사형 집행일에 사형 반대론자들의 시위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