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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TV Series

[넷플릭스] 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 –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한 가족의 비극

by 나무전차 2020. 10. 23.

<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을 보게 된 건 순전히 <블라이 저택의 유령(The Haunting of Bly Manor)> 덕분이다. 먼저 본 <블라이 저택의 유령>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호러물임에도 불구하고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연출하는 감독의 역량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기대를 잔뜩 품고 본 <힐 하우스의 유령>은 기대 이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블라이 저택의 유령>보다 더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무섭다기보다는 슬프고 애잔한 느낌을 많이 주는 작품이다.

 

15세 관람가인 <블라이 저택의 유령>과는 달리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어서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마약과 동성애 섹스신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듯하다. 노출신은 없다.

 

 

 

 

[마이크 플래너건(Mike Flanagan, 1978년생) 감독의 독특한 연출]

<블라이 저택의 유령>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힐 하우스의 유령>까지 감상하고 나니 작품을 연출한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연출 스타일이 상당히 독특하다. 일단 무척 정적이다. 화면을 흔든다거나 속도감 있는 카메라 움직임이 별로 없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잔잔하고 서정적이다. 음악도 마음에 든다. 80년대 중후반의 음악이 가끔 흘러나오는데 감독이 보낸 유년시절의 향수가 담겨 있는 듯하다.

 

공포심을 억지로 유발하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음향효과 대신에 지적이고 심리적인 공포를 추구한다. 현실인지 환영인지 구분이 모호하고, 직접적인 초자연적 존재보다는 정신병리학적인 심리 불안을 감독 특유의 감각으로 표현한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연출도 독특하다.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는 현재와 과거가 마구 뒤섞여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조금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나도 모르게 극에 빠져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봤던 <제럴드의 게임(Gerald's Game)>도 무척 비슷한 분위기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나 하고 다시 찾아보니 역시 마이크 플래너건이 연출한 작품이었다. <제럴드의 게임>에 출연한 칼라 구지노(Carla Gugino)와 헨리 토머스(Henry Thomas)<힐 하우스의 유령><블라이 저택의 유령>에 연달아 출연한다.

 

이 영화도 참 좋았다.

 

 

 

 

 

 

[스포일러] 다음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출연 배우]

 

칼라 구지노(Carla Gugino, 1971년생) – 올리비아 크레인 역

 

올리비아 크레인(Olivia Crain)은 크레인 가족이 힐 하우스에서 겪는 비극의 시작이자 중심축이다. 지적이고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건축 도면을 그리는 것으로 보아 건축 설계사인 듯하다. 시대 배경이 옛날이다 보니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제도기와 연필로 도면을 그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어릴 때부터 편두통을 앓아왔다. 편두통이 있을 때마다 어떤 환영에 시달리는 것 같다. 영적으로 예민한 능력이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온 듯하다. 영적으로 예민한 만큼 유령의 기운에 영향을 더 잘 받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적 수준이 높고 사상이 개방적인 편이라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 지도한다. 탈무드, 도덕경, 토라, 코란, 그리스 신화, 칼 세이건, 셰익스피어 등을 읽게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크레인 가족 중 유일하게 단일 캐스팅이다.                    

 

 

 

칼라 구지노는 영화 <제럴드의 게임(Gerald's Game)> 처음 본 배우다. 목숨이 위태로운 극한의 상황에 빠진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서 봤을 때는 같은 배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이 들어 보이는 분장을 한 데다가 출연 시간이 워낙 짧기도 했다.

 

<힐 하우스의 유령>을 보고 나서야 <제럴드의 게임>의 주연 배우임을 알게 되었다. 다른 작품에서 또 볼 기회가 있다면 이제는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티모시 허튼(Timothy Hutton, 1960년생) & 헨리 토마스(Henry Thomas, 1971년생) – 휴 크레인 역

휴 크레인(Hugh Crain)은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는 전형적인 가장이다. 낡고 오래된 힐 하우스를 수리해서 높은 가격으로 팔아 가족이 평생 살아갈 새 집을 지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직업이 건축업자인 듯하다.

 

하지만 힐 하우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고쳐야 할 곳은 계속 늘어나고 예산은 초과된다. 급기야 한밤중에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 나와야 하는 사건마저 벌어진다. 그는 힐 하우스에서 벌어진 마지막 날 밤의 이야기를 가족들에까지 함구하면서 평생을 살아온다.

 

“나는 고칠 수 있어! (I can fix it!)”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집을 고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망가진 가족관계나 헝클어진 상황 등을 바로잡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헨리 토마스는 칼라 구지노와 함께 2017<제럴드의 게임>, 2018<힐 하우스의 유령>, 2020<블라이 저택의 유령>까지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작품에 세 번 연속 출연한다. 감독의 신임을 많이 받은 듯하다.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서는 헨리 윈그레이브(Henry Wingrave) 역을 맡았다.

 

검색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헨리 토마스는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연출하여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영화 <E.T.>에서 외계인과 소통하는 소년 엘리엇(Elliott) 역을 맡은 이력이 있다. 엘리엇의 동생 거티(Gertie) 역으로 출연했던 드루 배리모어(Drew Barrymore, 1974년생)에 비해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나름 착실히 배우 경력을 쌓아 온 것 같다.

 

<E.T.> 출연 당시의 헨리 토마스. 어릴 때 모습이 지금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미힐 하위스만(Michiel Huisman, 1981년생) & 팩스턴 싱글턴(Paxton Singleton, 2004년생) – 스티븐 크레인 역

스티븐 크레인(Steven Crain)은 크레인 가족의 장남이다. 성인이 되어 역사 소설을 쓰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릴 때 힐 하우스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소재로 공포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을 발표하여 크게 성공한다. 이후에는 공포 소설 전문 작가로 활동한다.

 

가족 중에서 제일 이성적인 성격이다. 스티브 자신도 힐 하우스에서 유령을 목격하지만 유령의 존재를 부인하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쓴다. 미드 <엑스파일(The X-Files)>의 스컬리(Scully) 요원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을 포함한 크레인 가족에게 독특한 영적 능력이 유전적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스티브의 관점에서는 영적 능력이 아닌 평범한 생활을 방해하는 정신 질환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신 병력이 후대에 전해질까 봐 우려한다.

 

 

 

 

 

엘리자베스 리저(Elizabeth Reaser, 1975년생) & 룰루 윌슨(Lulu Wilson, 2005년생) – 셜리 크레인 역

셜리 크레인(Shirley Crain)은 크레인 남매 중 둘째고 장녀다. 장녀답게 동생들을 잘 챙긴다. 힐 하우스에서 어미에게 버려진 듯한 길고양이 새끼들을 키우지만 모두 죽고 마는데 그 경험이 엄마의 죽음과 더불어 셜리에게 죽음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심어준 듯하다. 자면서 잠꼬대를 심하게 하는 편이다.

 

성인이 된 셜리는 장의사가 되고 남편 케빈(Kevin)과 함께 사업을 운영한다. 특기는 시신을 살아 있을 때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메이크업 기술이다. 남매 중 유일하게 아이가 있다.

 

가끔 술잔을 들어 보이며 건배하는 남자의 환영을 볼 때가 있다. 힐 하우스와 관련된 환영 같지는 않다. 자신과 남에게 엄격한 성격인 듯하다.

 

 

 

 

 

케이트 시걸(Kate Siegel, 1982년생) & 매케나 그레이스(Mckenna Grace, 2006년생) – 테오도라 크레인 역

테오(Theo)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테오도라 크레인(Theodora Crain)은 크레인 남매 중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다. 한여름인데도 추위를 느껴서 늘 두툼한 스웨터를 입고 다닌다. 어떤 물체나 사람이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 감정이나 기억을 느낄 수 있다.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원하지 않은 정보가 느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늘 장갑을 끼게 되었다.

 

성인이 되고 심리학 박사 학위를 따서 심리 상담사로 일한다. 성격은 드센 편이고 약간 자기중심적이다. 터프한 스타일의 컨버터블 SUV 지프(Jeep)를 몰고 다닌다. 힐 하우스에서 LGBT 캐릭터를 맡고 있다. 여성 편력이 심하다. 가족에게 따로 커밍아웃하지는 않았지만 개방적인 미국 사회라 그런지 다들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성지향성으로 인한 갈등 구조는 없다.

 

 

 

케이트 시걸은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도 출연한다. 거기에서도 드센 캐릭터를 맡았다. 감독인 마이크 플래너건과 2016년 결혼하여 둘 사이에 두 명의 자녀가 있다. 딸 이름도 테오도라다. 위키피디아에는 양성애자 배우로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결혼 전에는 여성과도 사귀었던 듯하다.

 

 

 

 

 

 

올리버 잭슨코언(Oliver Jackson-Cohen, 1986년생) & 줄리언 힐리어드(Julian Hilliard, 2011년생) – 루크 크레인 역

루크 크레인(Luke Crain)은 넬리(Nellie)와 이란성 쌍둥이다. 넬리보다 몇 분 일찍 태어났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이 본 것들을 부모님이 믿어주지 않아 속상해한다. 쌍둥이 넬리와 특별한 교감으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의 숫자인 일곱을 세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힐 하우스에서 본 무서운 유령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루크의 눈앞에 나타나고 루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약에 빠지고 만다. 크레인 가족 중에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 있다. 형과 누나의 도움으로 마약 중독자 재활 시설에 들어가지만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올리버 잭슨코언은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도 출연하여 악역인 피터 퀸트(Peter Quint) 역을 맡았다. 약간 문제 많은 캐릭터를 맡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는 마약 문제로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착한 성품이다.

 

줄리언 힐리어드는 정말 눈에 띄게 귀여운 아역 배우다. 도수가 높은 원시 교정 안경을 쓰고 있어서 눈이 더 똘망똘망하게 보인다. 말투가 특히 귀엽다. 조곤조곤 웅얼거리는 듯한 발성을 듣고 있으면 볼을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다. 이렇게 귀여웠던 아이가 커서 마약 중독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드라마지만 가슴이 아파진다. 2021년에 개봉할 <컨저링3(The Conjuring: The Devil Made Me Do It)>에 출연했다고 하니 꼭 챙겨봐야겠다.

 

그런데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헌터(Mindhunter)>의 등장인물 중 연쇄살인마 에드 캠퍼(Ed Kemper)와 약간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같다. 검은 뿔테 원시 교정 안경과 조곤조곤한 말투가 매우 흡사하다. 줄리언 힐리어드가 자라서 성인이 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마인드 헌터에서 에드 캠퍼 역으로 출연한 캐머런 브리턴(Cameron Britton)

 

 

 

 

 

빅토리아 퍼드레티(Victoria Pedretti, 1995년생) & 바이올렛 맥그로우(Violet McGraw, 2011년생) – 엘레노어 크레인 역

크레인 가족의 막내 엘레노어 크레인(Eleanor Crain)은 가장 안쓰러운 캐릭터다. 주로 애칭인 넬리(Nellie)로 불린다. 넬리 역시 언니 테오보다는 못하지만 영적으로 민감한 능력이 있는 듯하다. 집안에서 늘 추위를 느낀다. 예쁜 단추를 좋아한다.

 

힐 하우스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비주얼의 유령이라고 말해도 손색없는 ‘목 꺾인 여자’가 넬리를 힘들게 한다. 넬리는 힐 하우스에서 벗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도 ‘목 꺾인 여자’의 환영에 시달리며 수면 장애를 겪는다.

 

가족 중에서 가장 어린 쌍둥이에게는 힐 하우스에서 겪은 일들이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로 남은 듯하다. 착하고 예쁜 사람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고통을 당하는 건 안타깝다.

 

 

 

 

 

빅토리아 퍼드레티는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 감독의 눈에 들었는지 후속작 <블라이 저택의 유령>에서는 주연 캐릭터인 대니엘 클레이턴(Danielle Clayton) 역을 맡아서 열연한다.

 

 

 

 

 

애나베스 기시(Annabeth Gish, 1971년생) – 클라라 더들리(Clara Dudley) 역

오른쪽은 엑스파일 출연 당시의 애나베스 기시. 그 옆은 도겟(Doggett) 요원 역의 로버트 패트릭(Robert Patrick)이다.

반가운 얼굴이 있어서 소개한다. 미드 <엑스파일(The X-Files)>에서 레이어스(Reyes) 요원 역으로 잘 알려진 애나베스 기시가 힐 하우스의 관리인 더들리 부부 중 부인 클라라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크레인 가족이 힐 하우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남편과 함께 관리 업무를 맡은 클라라 더들리는 얼굴에 사연이 많아 보인다. 힐 하우스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힐 하우스를 두려워하고 해가 지면 근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삽입곡 소개] 폴라 압둘(Paula Abdul) - Cold Hearted

 

3화에서 테오가 뮤직 비디오를 틀어놓고 춤 연습을 하는 장면이 있다. 폴라 압둘의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결국 폴라 압둘의 히트곡을 몇 개 들어보고 찾을 수 있었다. ‘Cold Hearted’라는 곡이었다.

 

폴라 압둘이 1988년에 발표한 앨범 <Forever Your Girl>에 수록된 곡으로, 1989년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오른다.

 

youtu.be/0K9Vo8qIOZ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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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블라이 저택의 유령(The Haunting of Bly Manor) – 클래식 동화 같은 서정적인 호러 드라마

넷플릭스의 따끈따끈한 신작 블라이 저택의 유령(The Haunting of Bly Manor)은 여러모로 독특한 호러 드라마다. 대부분 청소년 관람불가인 호러물답지 않게 15세 관람가이고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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