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로윈 vs 핼러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로윈 대신에 핼러윈이 맞는 외래어 표기법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표기법에 맞는 것으로 사용하는 게 옳겠지만 핼러윈은 영 어색한 느낌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외국 사람들의 실제 발음을 집중해서 들어봐도 핼러윈보다는 할로윈에 더 가깝게 들리는 듯하다. 내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객관성을 가지려는 노력을 기울여서 들어 보면 할로윈과 핼러윈의 중간 발음인 것 같다. 그래서 내게 어색하지 않고 더 친근한 ‘할로윈’으로 통일해서 표기하려 한다.
[슬래셔(Slasher) 호러 무비의 효시 할로윈]
존 카펜터(John Carpenter, 1948년생) 감독이 연출한 <할로윈(Halloween), 1978년>은 슬래셔 무비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할로윈>에서 먼저 사용한 다양한 설정은 나중에 나온 슬래셔 무비의 교본이 되다시피 했다. <할로윈>은 한국에서는 정식 개봉하지 않고 1987년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원조 <할로윈>이 워낙 큰 인기를 끈 탓에 아류작과 시리즈가 너무 많아서 정작 원조 <할로윈>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최근에야 보게 되었다. 원조 <할로윈>의 2편으로 새롭게 리부트된 <할로윈 2018>도 넷플릭스에 공개된 적이 있으나 계약만료로 지금은 없다. 원조 <할로윈>에서 무려 4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담은 <할로윈 2018>을 같이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슬래셔 호러 무비의 원조로 인정받는 <할로윈>이지만 최근의 슬래셔 무비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눈에는 매우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슬래셔 무비는 마치 시간이 지날수록 집적도가 높아지는 반도체 소자 같다. 살인 방법이 신작일수록 더 자극적이고 잔인하고 기발해지기 때문이다. 최신 기준에 일단 익숙해지면 예전에 봤던 장면은 식상하고 밋밋해 보인다.

2019년 넷플릭스에서 시즌 3까지 공개된 <슬래셔(Slasher)>를 보면 살인 장면이 시즌이 거듭할수록 자극적이고 잔인하고 기발해진다는 걸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 다음 내용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원조 <할로윈>은 지금 기준에서 보면 무척 얌전하다. 살인 방법도 별로 잔인하지 않고 죽는 사람도 별로 없다. 심지어 피도 별로 안 보인다. 영화 중반 이후까지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긴장감만 서서히 고조시킨다.
하지만 슬래셔 호러 무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로 인해 호러퀸으로 떠오른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의 앳된 모습, 존 카펜터(John Carpenter) 감독이 직접 작곡한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음악, 그리고 슬래셔 무비의 원조를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슬래셔 무비에 담긴 청교도 정신]
슬래셔 무비에는 독특한 클리셰가 있다. 살해당하는 사람들은 주로 고등학생 정도의 10대 청소년들이다. 10대 청춘 남녀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즐기고 술이나 담배, 때로는 마약까지 하면서 성관계로 이어지는데 이런 캐릭터들은 반드시 먼저 죽임을 당한다. 특히 젖가슴을 드러내는 여학생은 거의 죽는다. 모범생 캐릭터들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러한 클리셰는 원조 <할로윈>에서도 잘 드러나 있으며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시리즈와 <나이트메어(A Nightmare on Elm Street)> 시리즈 등으로 이어진다.
혹자는 이런 클리셰를 미국의 청교도 정신이 잘 드러난 사안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쾌락만을 추구하고 행실이 좋지 않은 청소년들은 이런 일을 당할 만하다는 암묵적인 동조가 있는 듯하다. 또한 아무리 슬래셔 무비라 해도 앞날이 창창한 모범적이고 품행 방정한 학생이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영화적 즐거움을 얻는 건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할리웃 영화에서 순수한 어린이나 반려동물의 죽음이 금기시되는 것도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이런 슬래셔 무비를 통해 아무데서나 옷을 벗고, 담배나 마약을 하고, 술에 절어 파티에서 흥청거리면 종국에는 무서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청교도적 교훈을 얻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줄거리]
1963년 할로윈 밤에 6살의 어린 소년 마이클 마이어스(Michael Myers)는 친누나를 끔찍하게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 10월 30일 할로윈 전날 밤, 건장한 남자로 자란 마이클은 정신병원을 탈출하고 어릴 때 살던 동네로 돌아온다.
다음날, 마이클과 같은 동네에 사는 고등학생 로리(Laurie)는 낮부터 낯선 남자의 기척을 느낀다. 그리고 밤이 되면서 마침내 잔인한 살육이 시작된다.

[출연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 1958년생) – 로리 스트로드(Laurie Strode) 역

로리 스트로드(Laurie Strode)는 책을 좋아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성실하고 품행 방정한 고등학생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의 눈에 띄는 바람에 할로윈 밤이 끔찍한 공포의 밤이 되고 만다.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의 20살 시절 앳된 모습이 이채롭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영화 <할로윈, 1978년>을 통해 스타가 된다. <할로윈>에서의 인상적인 연기 덕분에 80년대까지는 다수의 공포영화에 출연하여 스크림퀸(Scream Queen), 호러퀸(Horror Queen)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특이하게도 제이미 리 커티스의 어머니 역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싸이코(psycho), 1960년)>에서 그 유명한 샤워실 살인 장면을 연기한 배우 재닛 리(Janet Leigh, 1927년생)다.
지금은 호러퀸의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내 기억에 남는 작품은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A Fish Called Wanda), 1988년>다. 그녀의 연기를 보며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리부트된 <할로윈 2018>에서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늘 불안해하며 살인마 마이클이 다시 찾아올까봐 사격 연습 등의 생존 훈련을 하며 대비하는 40년 후의 로리 역할을 맡았다. 이 역할이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년)>의 사라 코너(Sarah Connor)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다.
도널드 플레즌스(Donald Pleasence, 1919년생~1995년 사망) – 사무엘 루미스 박사(Dr. Samuel Loomis) 역

사무엘 루미스 박사는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다. 그는 마이클에게 어떠한 인간적인 면모도 발견할 수 없어서 마이클을 그(He)가 아니라 그것(It)이라고 부를 정도다. 마이클을 정신병원에서 법원으로 이송하려는 도중에 그를 놓치고 만다.
박사는 마이클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다시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배우 도널드 플레즌스는 1995년 75세의 나이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한다. 그래서 새롭게 리부트된 <할로윈 2018>에는 출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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