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즐기게 된 요즘, 다들 웬만한 OTT 서비스 계정 한두 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계정이 있다 보니 심심함을 느낄 틈이 없다. 막상 볼 게 없다고 불평하는 이도 있지만 조금만 뒤져보면 볼만한 것들이 넘쳐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내가 가장 경계하는 건 내 취향을 딱 저격하는 시리즈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가끔 밤을 꼬박 새워 끝까지 정주행하기도 하는데 다음날 신체리듬이 아주 엉망이 된다. 그냥 적당히 재미있는 정도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어쨌든 이 두 계정만으로도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내가 굳이 쿠팡플레이까지 보게 된 이유는 오로지 쿠팡플레이에서 독점 중계를 한 <2022년 FIVB 세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 때문이다. 보통 스포츠 케이블에서도 중계해주는데 이상하게 이 대회만 쿠팡플레이 독점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쿠팡와우멤버십에 가입했다. 한 달만 이용해보고 해지하려고 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편리한 점이 꽤 있어서 계속 유지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 비해 콘텐츠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는 한물간 콘텐츠에도 ‘개별구매’ 표시가 되어 있는 걸 보면 약간 어이없기도 하다.
자체 제작이나 신작은 내 기준에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자체 제작한 드라마나 예능이 몇 개 있긴 하지만 나는 영어공부 때문에 가급적 원어가 영어로 된 콘텐츠만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록을 뒤져보다가 반가운 미드를 세 편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수퍼내추럴(Supernatural)>, <멘탈리스트(The Mentalist)>, <프린지(Fringe)>다.

예전에는 미드를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내려받아서 꽤 열심히 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서서히 시들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아마 저작권법도 강화되고, 각종 컴퓨터 바이러스도 걱정되고, 사는 데 바쁜 나머지 굳이 다운로드를 받아서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수고로움을 감수하지 않게 된 듯하다.
결국 이 세 편은 끌까지 보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는데 마침 쿠팡플레이에 전 시즌이 올라와 있을 줄이야! 반가운 마음에 열심히 정주행 중이다.
게다가 인기 시트콤 <프렌즈(Friends)>와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도 전 시즌이 올라와 있다.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에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이 먼저 내려갔고 최근에 <프렌즈(Friends)>마저 스트리밍을 중단했다. 영어회화 공부에 최적이라고 해서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져서 당황했다. 아직 반도 못 봤는데 말이다.
다만, 리뷰를 보면(넷플릭스에는 없는 리뷰 기능이 있다) 쿠팡플레이에 올라와 있는 <프렌즈(Friends)>의 번역이 엉망이라는 리뷰가 있어서 조금 아쉽긴 하다. 번역이 엉망이라는 걸 알아차릴 만큼 내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은 번역을 새롭게 해서 올렸다는 칭찬 리뷰가 있다.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의 영어가 좀 어렵긴 하지만 영어 자막 기능을 활용해서 꾸준히 보면 영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멘탈리스트(The Mentalist)>에는 영어 자막이 없다. 원어가 영어인 작품인데도 영어 자막 서비스가 없는 콘텐츠가 제법 있다. 영어 자막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 다른 점이다. 글로벌 서비스가 아닌 국내용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재미있는 건 나처럼 영어 자막을 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지 추천 카테고리에 아예 ‘영문자막’ 항목이 있다는 점이다. 나처럼 영어 자막을 보면서 학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유용할 듯하다.
어쨌든 콘텐츠가 부족한 쿠팡플레이에서는 위에 언급한 작품들이 넷플릭스처럼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테고, 한 달만 이용해 보고 해지하려던 처음 생각과는 달리 당분간은 계속 쿠팡플레이를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