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Story

[시] 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by 나무전차 2020. 11. 6.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덤불과 돌은 모두 외롭고,

수목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혼자이다.



나의 생활이 아직도 밝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누구 사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에서, 어쩔 없이

인간을 가만히 떼어놓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정말 현명하다 없다.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혼자이다.






나는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는 정확하겠다. 노래를 들을 때도 멜로디만 즐길 노랫말은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보다는 편하게 줄줄 읽어 내려갈 있는 산문이 좋다. 화려한 수사가 많은 글보다 담담하게 글이 좋다. 소설도 헤밍웨이의 작품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건조한 하드보일드 문체로 소설을 선호한다.

그런데도안개 속에서 보는 순간부터 좋았다. 시를 처음 보게 되었을 때는 내가 30 초반 무렵이었.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휴일 낮이었던 것 같다. 나는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다가 냉장고 문에 자석으로 붙어있던 작은 종잇조각을 발견했다. 시는 조각에 작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다.

엄마는 가끔 신문에 좋은 글이 있으면 스크랩해서 냉장고에 붙여 놓는 습관이 있었다. 아마 그즈음 구독하던 신문에금주의 명시같은 코너가 있었던 같다. 그날 이후에도 가끔 다른 시가 냉장고에 붙었지만 다른 시는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가끔 시가 떠오를 때가 있다. 지금처럼 여름에서 선선한 가을로 넘어갈 때나 기분이 가라앉을 주로 생각난다. 그러면 인터넷을 뒤져본다. 독일어로 시이다 보니 번역이 제각각 다른안개 속에서 주르륵 뜬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 했던가. 내가 처음 봤던 번역이 역시 제일 마음에 든다.

시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짙은 안개 속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신비롭고 포근한 느낌이 가득한 짙은 안개 속을 혼자 걸으면 이상하지도, 외롭지도, 고독하지도 않을 같다.